베네수엘라는 한때 한국보다 잘살았으며 남미에서 가장 번영한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1950년대에는 세계 4위의 1인당 GDP를 기록했고, 1970년대 석유파동이후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남미에서 가장 발전된 경제와 안정적인 정치 체계를 자랑했습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은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축복이었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유가 하락과 정부의 방만한 지출, 부채 위기로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 '검은금요일(Viernes Negro)' 사태로 베네수엘라 통화 볼리바르의 가치가 75%이상 폭락하며 경제적 충격을 맞았습니다. 이후 베네수엘라는 점진적 인플레이션과 빈곤율 상승,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2. 차베스의 집권과 '볼리바르 혁명'
1999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볼리바르 혁명'이라는 대중주의, 사회주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합니다. 차베스 정부는 석유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의 국유화, 무상복지 확대, 빈민층 지원 정책에 집중했습니다. 차베스는 2000년대 초반 석유 시설을 완전히 국유화하고, 석유 수익을 빈민층 복지에 대거 투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빈곤율은 20%에서 10%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무상교육, 의료 확대, 대학생수 증가, 유아사망률 감소 등 사회지표가 개선됐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저가주택 공급 등 복지정책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이 시기 베네수엘라의 GDP는 3배이상 성장했고, 빈민층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이들은 차베스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생필품과 외환에 대한 강력한 가격통제를 실시해 물가상승을 억제하려 했으나, 이는 민간투자 위축과 내수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우고차베스 전 베네수엘라대통령
3.몰락의 시작, 경제 구조의 한계와 정책 실패
1)석유 의존 경제의 취약성
베네수엘라 경제의 90% 이상이 석유 산업에 의존하는 구조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석유가 전체 수출의 96%,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되어 있었고,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국가 경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유가 시절에는 막대한 오일머니로 부족한 물자를 수입해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2014년 이후 국제유가 급락으로 외화 수입이 급감하면서 경제 위기가 본격화됐습니다.
2) 과도한 복지와 재정 악화
차베스 정부는 석유 수입을 바탕으로 무상복지와 공공지출을 대폭 늘렸지만, 이는 유가 하락시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GDP 대비 정부지출은 2000년 28%에서 2018년 41%까지 증가했고, 재정적자는 2013년 11%에 달해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유가 하락후에도 정권을 지지하는 빈민층 때문에 복지 지출을 줄이지 못해 재정은 더욱 악화됐고, 정부는 급기야 미래의 석유수익까지 담보로 대출을 확대했습니다. 또한 화폐를 대량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우려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 2018년에는 물가상승률이 30,000%에 달했습니다.
3)국유화와 규제 정책의 부작용
주요 산업의 국유화와 정부 주도의 규제 정책은 생산성 저하와 투자 위축을 초래했습니다. 국유화된 기업들은 방만 경영과 비효율에 시달렸고, 국가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가격통제와 외환통제는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암시장과 부정부패를 키웠습니다.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생산량은 급감했고, 식품,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4) 부정부패와 사회 혼란
차베스 정부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공직자 부정부패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외환통제위원회 등 정부기관의 불법 외환거래, 군부의 식량 암시장 유통 등으로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이 가중됐습니다. 차베스 사망후 집권한 니콜라스마두로는 복지 지원을 받는 콘크리트 지지층 때문에 차베스의 정책을 계승했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EU의 경제제재가 겹치며 경제 위기는 걷잡을 수없이 악화됐습니다.( 2015년 인플레이션 100%돌파, 2018년 80,000%까지 치솟음) 식량, 의약품, 전기 등 필수재 부족으로 국민 생활이 극심해졌고, 치안 부재와 범죄율 급증, 의료 시스템 마비 등 사회 전반이 붕괴했습니다. 수백만 명이 경제난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난민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좌측 차베스대통령과 후계자 현재 마두르 대통령
4. 베네수엘라 몰락의 교훈
산업 다각화 없이 석유에만 의존한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재정 건전성 없이 무리하게 복지지출을 확대하면, 외부 충격에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재원 계획없는 지속 불가능한 복지정책) 정부 주도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 비효율적 국유화는 경제 활력을 저해하고, 부패만 키울 수 있습니다. 부정부패와 권력 집중은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